6월 1일. 엄청난 숫자의 경찰이 시위대의 앞을 막아섰다. 얼굴없는 경찰, 목소리녀는 시민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집회를 해산하라 종용하자 시위대는 우리가 시민이다! 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보라며 긴장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밤샘 가두시위를 시작한 후 3일. 피로로 찌든 몸과 노곤한 정신을 이끌고 일행이 합류한 도로의 시위대를 보면서도 나는 상황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전날 있었던 지독한 무력진압의 잔재가 아른아른 떠올라 아프게 가슴을 두드렸기 때문에. 갈 수록 경찰은 많아지고, 경고방송도 점점 위압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묵묵히 무장한 채로 자리에 서 있는 경찰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이번에도 도로로 뛰쳐나가지 못했다. 경찰들 구호에 깜짝깜짝 놀라는 새가슴에 원체 둔하기도 하고 일행이 이것저것 걱정해주는 덕분에 뒤로 빠져 있는 깍두기. 비교적 안전한 인도에서 대치상황을 잘 볼 수 있도록 바짝 기어올라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시위대는 어찌나 그리 용감한지 크게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것들을 원한다. 목이 쉬도록 외치고 발악하며 피를 흘리는데. 아직도 촛불은 너무 작은가보다. 그래서 잠든 청와대를 깨우지 못하는가보다. 결국 진압은 시작되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인파속에서 웅성임이, 비명이, 욕설이 들려왔다. 키가 작아 보지도 못하고 그들이 달려가는 쪽으로 사람들 사이를 헤쳐지나가 눈물로 축축해진 마스크를 고쳐썼다.
그래, 금요일은 마음이 가벼웠다.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난 시민들. 다가오는 주말에 대한 기대. 이렇게 소리가 커지는데 아무리 쥐새끼정부라도 뭐라도 안해줄까. 악기를 가지고 오신 분들 주변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박수치며 노래를 부르고, 사람이 빠지며 생기는 대치상태에서 주말을 기대하며 안전하게 해산했다.
토요일, 아무데서나 털썩 앉아 빨래감이나 늘어나게 한다는 엄마의 면박에 노가다용 청바지를 하나 사서 시청으로 향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든 촛불. 그 아름다운 광경은 눈을 멀게 하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줄지어 가는 사람들의 앞길을 의경들이 막기 전 까지는-. 그 날 있었던 참혹한 광경을 이젠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어슴프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새벽. 무섭게 뒤를 쫓는 봉과 방패를 피해 어둔 뒷골목에서 소리죽여 민주주의를 피묻은 손으로 적어 내리는 모습은 이미 옛날일이 아니다. 탄압받고 억압받고 숨죽여야했던 세대들의 눈물과 피로 쌓은 업적을, 우리는 이미 잃었기 때문에. 주권을 되찾겠다 일어선 소수의 사람들의 매서운 눈총은 청와대 근처에도 가보지 못 하고, 분개한 시민들의 앞길을 막은 것은 모자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어린 전경의 방패였다.
집에서 앉아 동영상으로 사람들을 때리고 발로 차는 모습과 직접 가서 보는 대치상태는 전혀 비할 수 없다. 집에서 동영상이나 올라오는 글들을 보고 폭력시위다 뭐다 지금의 집회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나는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청계천에 모인 촛불들은 물론 아름다웠다. 차례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규탄하는 자리를 가지면서도 축제처럼 웃고 떠들고 누구나 참가하며 자리를 청소한다. 성숙한 대한민국의 시민은 정말 나라의 주인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모이고 저희들끼리 말하고 흩어지니 진지해 보이지 않던가? 고작 그정도의 수만큼으로는 콧방귀도 나오지 않던가? 피를 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부인가 시민인가.
진정하세요. 이건 잘못된 집회입니다. 도로점거하면 시민들이 불편해합니다.
몽둥이대신 촛불들고 관심 좀 가져달라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때리고 억압해도 든 것은 촛불과 피켓이 다고, 술취하신 분, 분을 참지 못하시는 분, 쇠파이프드는 것 필사적으로 막고 페트병던지는 것도 제발 던지지 마라 외칩니다. 법적으로 해서 관심을 가져주고 귀를 기울여줬으면 왜들 거리로 뛰쳐나가 날선방패에 맞고 닭장투어나 하고 있겠는가.
나도 피흘리며 분노한 시민들보다 "쇠고기 먹으면 위험하잖아요. 애들이 걱정이니까." 라고 웃으며 촛불들고 도란도란 앉아 축제처럼 떠들던 그 문화제가 그립다. 주인이 힘있는 머슴 몰아내려 악쓰는 것이 아니라, 이것 좀 어떻게 잘 해봐라. 잘 타일러 시키는 모양새가 더 아름답다. 세상은 2008년, 시민은 나라의 주인이 된지 오래인데. 파란 지붕위에 떡 앉은 거대한 쥐만이 인간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한다.
난 오늘도 운다. 서럽고 서러워서.
+제발요, 시위대분들 다치지 말아주세요.
+쓴 글 수정해서 올리려니 미국에 30개월이상 소 수입금지요청:-)......... 말을 들어주려는 걸까? 난 샐쭉 웃음 짓는 쥐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